#15 대학원에 가는 이유 (부제: 시스템 벗어나기)

당신은 어떤 이유로 대학원을 고려하고 있나요?
이 글은 취업/학벌 등 일반적인 기준을 이유로 들지 않습니다. 다소(매우) 주관적인 저만의 경험과 이유를 토대로 저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

 

나에겐 다소 특별한 인연을 이어오는 형이 있다. 그 형이 지금 내 나이보다 어렸을 때 나의 과외 선생님으로 처음 만났다.(지금 생각해보면 여태 연락하는게 낭만적이네. 나만그런가?) 그 때 나는 20살 이었고, 으레 내가 좋아하는 형들이 그러하듯 그 형 또한 말 그대로 '형' 같았고 어른스러웠다. 그리고 뭐랄까, 부티 나고 고급진 이미지 때문에 이 형 만나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너는 대학원을 왜 가고 싶어?' 

형은 박사 과정 재학중으로, 내가 이번에 대학을 졸업 & 대학원에 입학하는 이슈 때문에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대학원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형은 나에게 왜 대학원에 가고 싶냐는 질문을 하며 자기 학교에서도 대학원에 가려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대학원에 가는 이유

그렇지만 나도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기 전까지 많은 생각이 있었다. 올해 초에는 1년 휴학하고 창업 해본다고 연구실을 나가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ㅋㅋ /// 다시 돌아와도 받아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우선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이유들이 있는데, 1번은 바로 이찬혁이다. 맞다. 여러분이 아는. 악동. 걔. 뮤지션.

 

이찬혁

이찬혁의 행보를 보면, 절로 예술인, 아티스트와 같은 수식어가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한 때는 GD를 따라한다고 사람들에게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이찬혁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 자기 음악과 스타일을 세상이 보여주었고 자연스럽게 이젠 GD가 아닌 이찬혁이 되었다.

 

난 이 반전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세상 사람들이 이찬혁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데, 자기 생각을 고수하고,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꾼것이 존경스럽다.

 

이 과정에서 이찬혁이 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자기를 자기대로 봐달라고 호소를 했나 설득을 했나? 이찬혁이 한 것은 그저 계속 꾸준히 늘 하던대로 산 것이다. 사실 별로 놀라울건 없다. 그냥 사람 한 명이 살던대로 산 것에 불과하니까. 

 

근데 중요한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어떤 기준이 있고, 그의 음악이나 삶이 본인만의 기준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멈추는게 아니라 그것을 드러내고 나아가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 된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다.

 

결국 그 모든것은 이찬혁만의 이찬혁다운 Identity가 된다. 물론, 잘 생각해봐야 하는것은 누구든 그런 Identity를 만드려고 하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순서가 아니다. 본인이 원하고 추구하는 삶을 살다보면 Identity는 절로 만들어진다.

 

난 이찬혁이 보여주는 자기만의 삶 그리고 Identity가 정말 멋있고 부럽다. 그래서 결정했다. 내가 살고싶은 대로 살아보기로.

 

이찬혁은 음악으로 예술가가 되었는데,

나는 (일단은) 연구로 예술가가 될 것이다. 

 

Identity

살면서 각자 추구하는 것은 다르다. 돈/명예/권력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인기, 구독자, 이성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강한 정체성이다.

 

정체성이라, 어렵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난 그저 이 세상의 에너지를 축내면서 살다가고 싶진 않다. 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정체성이라는건, 일상생활 속에서도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냥 뭐랄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내가 원하고 하고싶은 것을 하는 것. 그래 그게 내 정체성 일 것 같다.

 

어쨌든 난 호기심이 무궁무진한 사람이고 배우는 걸 워낙 갈구하는지라, 이찬혁이 음악을 하듯, 나는 공부하고 연구하는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하고싶은 일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가고,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것이 어쩌면 나의 Identity 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박사 학위를 받는 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Identity를 주진 않는다. Identity는 퀘스트 처럼 이뤄지는게 아니니까. 

 

생각
1. Identity는 만드는게 아니라 하다 보면 만들어 지는 것이다.
2. 나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다면 아무도 알아봐 주지 못한다.

 

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난 어려운 길을 갈거야

인생에 정해진 정답은 없기에 각자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쉽고 효율적인 일을 추구할 수도, 누군가는 어려운 일을 하며 좀 더 리스키하게 살면서 가치를 추구할지도. 사람마다의 생각은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

 

난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고, 만약 당신이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되고싶거나 그렇게 살고싶다면 명심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세상의 가스라이팅에 엿을 날려라

세상은 겉보기에 평균 혹은 다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며, 워라밸이 지켜지는 회사/직종을 선호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받길 원하고 뭐 등등 사회적으로 계속 그러한 기준들이 하나씩 세워져 나가다보니 어느새부턴가 그러한 기준들로만 생각하는게 당연해졌는데, 난 이게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특별한 일을 하고싶고, 좀 더 높은 성취를 이루고 싶고, 리스키한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세상의 말과는 정반대인 삶을 살아야 될거고,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주위 사람들, 세상의 일반적인 기준에 맞춰서 생각한다면 당신은 결코 처음에 생각했던 길을 계속 유지할 수 없으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끝내 실패할것이다.

 

나는 안정적인 직장보단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원하며, 워라밸이 지켜지기 보다는 나의 성취를 위해 밤 낮을 갈아넣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각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는게 당연할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특별하다고 얘기하는게 아니라 그냥 다르다는 거고, 다르다면, 생각도 다르게 기준도 다르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대학원에 대해 생각하는게 다르겠지만, 내가 진정 추구하는 성취로 가는길은 대학원을 거쳐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이유는 없어. 난 나만의 프로페셔널한 학문적 영역을 갖고 싶고, 그걸 토대로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

 

시스템 벗어나기 (Being a Linchpin)

그래. 내가 인정할 건 인정하자면, 나는 그저 이 거대한 시스템에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평범한 부품은 되기 싫다는 것이야. 나 아니어도 누군가가 쉽게 나를 대체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애초에 내가 할 필요는 없는거잖아?

 

난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신선한 시각이라면 나도 한 번 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그리고는 그런 생각의 유연함을 무기 삼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린치핀이 되어야 한다. 린치핀이란, 언제는 대체가능한 평범한 부품이 아니라, 대체불가능한 즉, 그 조직 속에서 내가 아니면 작동할 수 없는 존재를 의미한다.

 

거창하거나 대단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말길.

그저 남들이 바라보지 않는 곳을 한 번 유심하게 바라볼 줄 알고, 남들이 기피하는 자리에 발 걸음 내딛어 볼 줄 알고, 남들이 기꺼이 나서지 않는 일에 나서볼 줄 알면, 그게 린치핀이지 뭐야.

 

그러기 위해서는, 말했듯이 당연할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하고,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면서 차이를 만들어내야 한다. (차이는 수직말고 수평도있어, 그리고 내가 말하는 대부분은 수평적 차이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시간이 축적되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지)

 

그런식으로, 이 세상이 우리한테 살라고 요구하는 삶을 수동적으로 살기보다는, 본인이 추구하는 삶에 도전해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 당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어렸을 때 모두 세상을 호기심 충만하게 바라보았고 예술가처럼 하고싶은 행동을 모두 할 줄 알았다. 지금은? 여러분 머릿속에서

당연히 지금은 어른이고, 그게 말이되나? 어릴 때랑 지금이랑 같나? 미친거 아니야?

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나랑 다른거다. 틀린게 아니야! 당신도 맞고 저도 맞아요.

 

결국엔 일맥상통하는 말을 되뇌이는건데 남들의 기준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하고싶은 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젊을수록 더더욱 저축보단 쓰는게 좋은 듯) 그걸 하는 삶을 사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삶을 누군 하기싫어서 못 사냐고? 돈 이나 세상 탓을 하기엔 그럴 세상이 아니기도 할 뿐더러 나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으니, 그런건 그저 변명에 불과하다 생각한다. 일론머스크가 말하길, 최소 주에 100시간은 일하라고 했다.

 

결론

대학원에 가는게 특별한 일이 된 시대인 것 같다(?). 대학원생==노예 밈이 워낙 유행이기도 하고. (사실이기도 하고. case by case.)

 

대학원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고민을 많이 한다.

- 대학원 가면 취업 잘되나요?

- 대학원 가면 힘드나요?

- 등등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모든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건널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기엔 우린 너무 미숙하고 시간도 부족하다. 고민하는 과정은 좋다. 나도 진지하게 진학 고민만 1~2년은 했으니까. 하지만 너무 길었어.

 

대학원 뿐만인가? 모든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도 처음 살아보고 처음 해보는거라 잘 모르는 일이 많다. 미리 겪어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배울 수 없는 것도 있다. 최대한 정보를 구해 보는게 좋지만 가장 정확한 것은 본인의 경험뿐이다.

 

하지만 필히 알아 두어야 하는 것은 이 글은 '내가 겪은 과정' 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의 한계점이라는 것 이다. 대학원 부터는 분야 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이고 나는 단지 내가 속한 분야(컴퓨터공학 - 컴퓨터아키텍쳐), 내가 속한 학교, 내가 속한 연구실에서 내가 느낀 점들로부터 글을 써 내려간 것 뿐이다. 그러므로 대학원 진학에 대한 모든 부분을 아우를 수가 없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본인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대로 사는 건 어렵다. 하지만 하지 않고 후회하기보다 도전해보는 삶이 가치있다고 생각한다면 해보는것을 추천한다. 누가 뭐래도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변명은 만개. 결과는 하나.

 

가장 추천하는 것은 본인이 진학하려는 분야의 연구실에 학부 연구생을 해보는 것이다. 알아 줬으면 하는 것은, 연구실 마다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것. 교수라는 사람 또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러니 학부 연구생 또한 (기회가 된다면) 여러 군데서 직접 해보고 느껴보는게 좋다. (나는 3 군데 정도 경험해 봤다. 학부 연구생은 큰 마음 가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가볍게.)

 

궁금한 점 댓글주세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가사.

 

스윙스 - 너띵 이즈 임파서블 (Feat. C JAMM)

가능성이라는 건
사실은 허수일 뿐이란 것
난 무너졌어 여러 번
망한 줄 알았잖아 솔까 넌
내 마음 안엔 믿음이 가득 차 있어
여태껏 보여준 내 삶은 사실 비컷
가끔은 흔들려도 막상 넘어질 때
전쟁에서 전투 진 건 아니야 실패
정말이야 무엇이든 가능해
너도 나도 다 되거든 난 약속해

P.S. 이 글을 잘 이해했다면, 비단 대학원 뿐만 아니라 너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될 거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