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나는 나예요 (feat. 인정 욕구)

한국 학생들은 교수한테 인정받으려고 하더라고요? 그거 쓸데 없어요.

지난 주, 지도 교수님과 상담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그저 학교에서 한 학기에 한 번씩은 하도록 시키니까 하는 관례인 셈이다. 하지만 난 가능하다면 그것을 기회로삼아 매번 교수님들께 진솔한 고민과 진로 걱정들을 털어놓곤 했다.
 
이번 주제는 대학원 이었다. 대학원 진학이 결정된 지금, 어떻게 생활해야 성공적인 대학원생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보기 위해 교수님을 뵈러 갔다. 교수님의 답변은 거기서 부터 시작됐다.

한국 학생들은 왠지 모르겠지만 교수한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더라고요? 그거 다 쓸데 없어요. (석사)졸업하면 상관없는 사람인데 뭘, 그보다는,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최대한 교수를 이용해서 본인의 결과물(연구)을 잘 만들어내야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을 교수한테 '이해'시켜야 하고 그래서 교수와 잘 소통해야 하는 겁니다.

교수님의 답변은 조금 더 이어졌다.

쉽게 말해서, 교수는 본인 보다 10~20년 먼저 입대한 선임이라고 생각하면돼요. 전장 나가면 먼저 가는건 순서 없잖아요. 총 맞으면 죽는 사람인건 똑같은데. 교수한테 인정받으려고 노력할게 아니라 같이 연구하는 동료 연구자라고 생각하세요. 다만, 마냥 동료보다는 명확한 상하관계는 있기 때문에 언제나 먼저 교수를 Respect 하는 자세는 갖춰야 합니다. 

난 대학원 상담을 위해 가졌던 이 대화 속에서, 그동안 가져 왔던 내 인생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인정'에 관한 것이다.
 

완벽주의, 인정욕구, 잘 해야 한다는 압박

 나는 남들보다 많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남들의 도움없이 뭐든 혼자 하는게 익숙했고... 또 잘했다. 아픈 엄마에게 큰 성공을 가져다 주고 싶었기에 잘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왔다. 그 결과는 간단히 말해 다음과 같이 귀결된다.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는 잘 하는 사람이지만 그렇지 못한 분야에서는 한 없이 못하는 사람. 그리고 갖게 된 인정욕구.
 
왜일까? 내 생각엔, 내면에서 늘 잘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작용해왔던 것 같다. 그게 겉으론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비춰져왔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내면에 그런 욕구와 압박이 있다는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뭘 못하는게 두렵다. 그 상황 자체가 두렵다. 그렇게 되었을 때 주변에서 나를 향한 비난이 날아오지 않을까, 나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 때문에 그렇게 된게 아닐까 하며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되고, 만약에라도 실패할 것 같은 상황이오면 엄청나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생각과 실제 삶 사이의 괴리

내가 가진 커다란 생각들과 실제 내가하는 생각과 행동은 다른 부분이 많았다. 증거를 찾긴 어렵지 않다. 내가 쓴 대부분의 글에는 나의 큰 이상과 일론 머스크를 동경하는 듯한 생각들이 있으며 그런 사람들 처럼 살고 싶다고 강력하게 이야기 하곤있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주변인들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하며 쩔쩔매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과 나 사이의 간격, 그리고 내가 지금의 내가 된 가장 큰 문제, 그건 바로 '인정' 즉, 주위의 시선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론 머스크가 하는 여러가지 사업들과 기행, 그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할까? 아닌 것 같다. 물론 그가 우주 사업을 시작하고나서 자신의 어린시절 우상이었던 암스트롱에게 비난 받아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미션을 수행해 나갔다. 그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실행하는 것일 뿐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사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난 여태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그냥 세상한테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외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것에 대해 판단하는것은 사람들의 몫이고, 그들을 설득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이해시키기위해 노력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반대로 내가 하고싶은 말과 행동들은 그저 머릿속에만 둔 채 사람들이 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믿어줄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

나도 대학원에 진학해서 결과적으론 교수님께 인정을 받고자하는 욕심이 있었다. 교수님의 인정 뿐 아니라 좋은 성과를 내어 동료 연구자들, 그리고 나아가서는 박사 진학 시에 다른 교수님들께도 좋은 평판이 있었음 했다. 모두... 인정 받고 싶다는 욕구에 기인한 생각들이었다. *물론 '욕구'라는건 인간의 본성이기에 이를 외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있음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것이다.
 
교수님과 상담하며 인정이 쓸데 없다는 말을 듣자마자 뒷통수를 탁! 맞은 것 같았다.

그러게... 내가 왜 인정받아야만 하지?

그보다 중요한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연구를 하고싶어하고, 어떤 부분을 잘 하고 못하는지를 교수님께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도 여러 나의 모습을 인정받고자 한다면 머리만 아프다. 그저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노출시키고 판단을 그들의 몫에 맏기면 될 뿐이다. 
 
전혀 몰랐던 내용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무수하게 너만의 인생을 살라고 외쳐대니까.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정'욕구에 관한 무언가가 있는게 틀림없다. 비단 나만의 문제일 수 있지만 인정 욕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려놓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동안 흩어져 조각 나 있던 생각들이 합쳐지는 느낌이다. 난 그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써왔던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함을 느꼈고, 뭔가 부자연스럽던게 아니었을까? 사실은 문제가 아닌데 문제라고 생각해온게 아닐까. *꼭 그들 사이에서 그들 처럼 행동해야 하는건 아니잖나?
 
오늘 부터는 '내가 이런 사람인데 뭐 어쩔 꺼야?' 하는 My-Waaay 마인드를 좀 더 강하게 탑재 하기로 하자.
내 롤 모델 중 한 명인 이찬혁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세상에 표현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멋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