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과정] 대학원 첫 학기 후기

Prologue

8월에 대학원에 입학하고 벌써 6개월이 지났다. 6개월 이라니... 졸업까지 단 18개월. 과연 나란 놈은 논문을 쓰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까?

 

7월-8월: 입학 전 여름방학

대학원에 들어가기로 결정되었지만, 학부 막학기에 19학점 & 수업 조교 & 동아리 등에 얻어 맞은 나는 학기가 끝나고서야 대학원 준비를 시작했다. 자대로 진학하여 준비라고 할만한 것도 없었지만, 연구의 시작은 자료 조사가 아니던가? 컴퓨터 구조라는 거대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이 연구실에 진학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할 지는 감조차 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논문을 읽는 것 뿐이었다.

 

컴퓨터 구조 분야의 4대 학회라 불리는 ISCA/HPCA/ASPLOS/MICRO 에 게재된 논문들 중, 관심 분야 위주로 이것 저것 읽기 시작했고. 논문을 처음 읽을 때는 아직 그 분야의 단어와 표현, 개념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읽는데 며칠이고 걸렸지만 그렇게 계속 읽다보면 다루는 내용들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점차 읽고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져 갔던 것 같다.

 

난 주로 "전체 탐색" 하는 스타일인데, 가령 "ISCA 2023"을 검색하면 ISCA 2023 홈페이지가 뜨고, 2023년에 ISCA에 게재된 모든 논문 목록을 볼 수 있다. 대충 제목을 훑으며 내가 볼만한 논문을 PICK 한다. 모든 학회에 대해 이런식으로 진행해 읽을 논문을 쌓아두는데 이 과정을 10년치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대충 3~4 년만 탐색한다.

 

그 후로는, A라는 논문을 흥미롭게 읽었으면 거기서 Reference한 논문을 읽는다. 이런식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식으로 찾으면 좋다.

 

요즘에는 GPT와 같은 도구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논문을 읽다가 모르는 내용이 생기면 AI를 활용해서 공부할 수도 있고,,,이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I love Technologies.

9월-12월: 시간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학기 중 내가 해야할 것들은 다음과 같았다.

• 대학원 코스웍 듣기(6학점)
• 컴공 전공수업 실습 LA
• 개인공부(논문) 및 논문 스터디
• 연구 조사 및 실험 보조
• 등

위는 기본적으로 내가 대학원생으로서 해야하는 일 들이고, 이 외에도 춤 소모임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일을 했다. 그래서, 한 학기가 사라져 버렸다! (응??>..)

 

특히, LA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모가 됐는데, 이미 수업 자료는 교수님께서 만들어두신게 있었지만 어느정도 내게 자율권을 넘겨주면서 과제라던지, 수업내용이라던지 기존 수업이 너무 쉽다는 생각에 ,,, ? 마이너하게 수정을 하면서 진행했다. 악랄한 조교는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주1회 2시간이지만 내가 학부생들 앞에서 "강의"를 흉내내고 있는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원래 수학강사 출신이라 수업을 해야한다는 부담은 없었는데, 그래도 막상 하려고하니 쪼금은 부담이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쉬운 부분은, 좀 더 재미있게 하지 못한 것? 

 

그리고 학기중에는 확실히 시간을 만들어내는게 방학보다 어렵다. 그래서 시간 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확보한 시간들을 각각의 목적에 맞게 잘 분산하고 실행에 잘 옮기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다.

 

너무 정신없이 지나간 첫 학기라서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느낀 것 이외에는 리마인드 할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 하나 있다면 "첫 논문의 주제"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것. 이는 내가 교수님과도 깊게 상담했던 부분인데, 중요한 것은 "관심 범위를 좁혀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정말 호기심이 넘쳐 나서 논문을 읽을 때도 컴퓨터 아키텍처 분야의 많~은 분야의 논문을 읽었다. 메모리 뿐만 아니라, CPU/GPU/AI Accelerator 등등, 하지만 결국 나는 메모리 시스템 연구실에 속해 있고, 우리 교수님은 메모리 전문가이신데, 나도 메모리로 논문을 써야 하지 않는가?

 

다양한 분야를 넓게 공부하는것은 본인에게 긍정적이다.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다양한 것을 접할 수 있으니. 하지만 논문을 써야만한다는 연구적 측면에서는 좋은 접근은 아니다. 난 어차피 "메모리"라는 틀 안에서 연구를 해야 하니까. 

 

그래서 교수님과 몇 번의 상담 이후로는, 읽을 논문을 선정할 때 주로 "메모리"관련하여 범위를 좁혀나갔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모리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 것 같다.

 

대학원은 어떤 곳일까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대학원 간 것 잘한 것 같나요? 후회 하나요?"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시기상조이지만, 난 매우 행복한 상태이다.

어... 솔직히 대학원 생활이 잘 안맞고,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난 나의 지도 교수님이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연구실 동료들과도 잘 맞고, 연구하는 주제도 잘 맞고, 뭐 하나 마이너스인 요소가 없는 상태이다.

 

다만 생각이 변한 한 가지 부분은, 원래 취업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으나, 오히려 취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

 

이유는, 연구라는 것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연구를 하는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컴퓨터 아키텍쳐분야는 주로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제 반도체 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시뮬레이션 하여 검증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겐 다소 추상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도 가능한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다. 여전히 박사 과정 진학에는 마음이 열려 있지만, 석사 졸업 후 바로 박사에 진학하기보다는 회사에 가서 실제 프로세스를 경험해보고 싶다. -끗-.

 

quantum ju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