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옳다는 믿음

결국 나의 생각이 도달한 곳은 이것이었다.

"나의 생각"은 꼭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

 

"나"라는 존재가 한국에서, 나의 가정에서 태어나, 내가 다닌 학교/직장, 내가 만난 사람들로 인해 현재 "나의 생각"이 만들어진 거다.

 

만일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다른 사상을 가지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겼을 것이고, 미국이나 다른 여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성격이, 가치관이, 행동이, 말이 다른 내가되어 현재와는 다른 "나의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평행 세계의 '나'쯤 되려나? 

 

특히 한국이라는 나라는 여러모로 특별한 나라인데, 항상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사회가 진행되다 보니. 성찰할 시간이 매우 부족한 환경이다. 즉, "내"가 진정한 "나"인지를 고민해볼 시간이 현저히 부족하다.

 

이건 문화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비로소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 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치자... 무엇이 남아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읽고, 관련 유튜브 영상을 봐도 삶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그 소모적인 순간을 자신의 성장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사실 남의 생각을 내 머릿속에 잠시 들인 것 뿐이지, 나의 생각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다. 즉 그 짧은 순간이 나의 Long-Term Memory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훈련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에 만족한다. 그 순간만큼은 만족감이 들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길게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단 2가지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

한국에서는 전문직을 갖는 것이 거의 신격화 되어 있는데, 과연 그 삶이 그러한 가치가 있는 걸까? 당신이 여기에 "돈" 혹은 "안정성"이라고 대답한다면, 그건 당신만의 결론인가? 아니면 한국의 생각인가?, 진정 당신의 결론이라고 하더라도, 세상의 가스라이팅에 의한 가짜 결론이 아닐지 의심해볼 필요도 있다.

 

누군가의 글을 읽었다. "전문직은 축복이자 저주이다: 치과의사를 관두는 이유" 라는 글이다. 흥미있는분은 검색해 읽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사실 내가 제목을 읽자마자 든 생각은, 내용을 읽어볼 필요 없이 내 생각의 근거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정독했지만.)

 

이러한 사례는 나열하기 귀찮은만큼이나 많이 존재한다. 무엇을 함의하는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일이 비일비재 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운이 좋다고 표현할 수 있으려나? 더 늦기 전에 세상을 담백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내 생각은 "내 것"인건지, 세상을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지,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지 등을 다방면으로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충분히 존재한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나만의 가치를 만들 것

세상엔 무수히 많은 스토리가 존재한다. 성공하는 방법도 각 사람마다 수백가지, 실패하는 방법도 수백가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수십가지... 어떤걸 선택해야 하는 걸까?

 

나는 오래 고민했다. 무엇이 "의미"있는 것일지를 두고서. 나는 글을 쓰는 시점에 석사 졸업이 1년 남아있는데 박사 과정에 진학할지, 취업을 할지, 창업을 할지 3갈래길을 앞에 두고 있다. 여기서 나의 선택 기준은 "의미"이다. 

 

각종 "의미"들을 고민했다. 연구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걸까... 창업을 하는건 앞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난 왜 창업을 하고 싶은 걸까. 취업을 하면... 나는 어떤 존재가 되는 걸까... 등

 

당연히 많은 이들의 생각을 엿보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의미란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장송의 프리렌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이젠: 이렇게 별거 아닌 남 돕기가 무슨 의미가 있나?
힘멜: 분명 별거 아닌 남 돕기야. 이런걸 한다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 하지만 난 눈앞에 있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내버려 둘 생각은 없어.

 

쉽게 말해, 연구에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는 수십년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결론내렸다. 왜냐면 연구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기 보다는...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연구에 임하는지가 그 연구의 의미를 결정하는 거니깐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거창하게 그게 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보다는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게 중요한 것이다. 즉, 내가 선택하려는 그 길에 "희미한 길"이 보이는지로 내 선택을 판가름 하기로 결정했다.

 

셋 다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안개가 자욱한 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틈사이로 한줄기 빛이 들어오는 길은 적어도 내가 무의식적으로든 의시적으로든 의미를 담고 있는 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박사에 대한 길은 점점 그 빛이 희미해지고 있다. 내가 박사과정을 통해, 박사가 되는 것을 통해 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고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유는 외부에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의미와 가치는 그곳에 있는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