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 공부를 그만 하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왜 공부를 해왔을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왜 공부를 해왔는가?

몇 가지 예상되는 답변이 존재하듯 대부분 경쟁에서 이겨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인생.

하지만 난 그런 이유보단 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 결핍을 채우기 위한 수단, 능력을 입증하는 방법 등이었다.

난 똑똑하고 잘한다는 말을 듣는걸 좋아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의 나의 이러한 성향이 내 시야를 어둡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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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날 때면 위키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것은 "인물"검색이다. 집에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이 있는건 아니지만 난 인물관련해서라면 특히, 과학*수학자 관련해서라면 그들의 역사와 생애, 과학과 수학의 발전에대해서 책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을까?

1) 대단하고 멋있어 보여서
2) 내가 그렇게 살고 싶어서
3) 그런데 내가 그렇게 못 살고 있어서

3가지 중 무엇이 정답인지는 나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난 그들처럼 뛰어난 인물이 되고싶음과 동시에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했다. 특히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던 나는 수학자와 물리학자를 동경하며 자랐지만, 그보단 컴퓨터에 재능이 있어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는데 공학적*프로그래밍적 접근보다는 여기에서 수학*물리적 성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래서 남들이 개발할 때 나는 책을 들여다 보았고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 내가 좋아한 컴퓨터공학과 과목 >
1) System Programming (시스템 프로그래밍) : 컴퓨터 시스템에대한 개론을 다룸.
2) Operating System : 컴퓨터가 돌아가기위해 제일 중요한 SW인 운영체제에 대한 이야기.
3) Computer Architecture : 컴퓨터 HW의 작동원리를 다룸. Cpu의 동작과 메모리 계층 구조(캐시 등)에 대한 이야기.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내가 공부하고자 했던 학문.
4) Compiler : 우리가 짜는 코드(SW)를 하드웨어가 이해하는 코드로 바꾸는 방법. 매우 중요함.

과 같은,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이론적인 과목들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더욱 공부 그 자체에 몰입했고 관련 지식은 머릿속에 늘어는 가고 있었지만, 딱히 성과랄 것도 그동안 내가 뭘 했다는 것도 보여줄 수단이 없다는 점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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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대부분 내가 대학원에 갈 것이라 예상한 만큼 나에게 박사과정(Computer Architecture)을 고민하는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컨택을 하는 과정에서 내 능력을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줄 수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학점은 현재 3.95 정도로 뛰어나지 않으며 학부도 상위권이 아니다. 그리고 진학 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성과랄 것도 없다. (변명을 좀 하자면 전공학점은 4.3이고, 컴퓨터 아키텍쳐 분야는 아직은 매우 좁은 field 여서 논문내는것 말고는 할 수있는게 별로 없다는 점.)

나는 A 교수님께 학부연구생, B교수님께 수업 조교, 그리고 나를 챙겨주시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했던 C교수님, 그리고 친구들 등 주변에서 나와 경험하고 지낸 사람들은 날 잘 알겠지만, SKP에 컨택을 할 때는 내가 어느정도의 사람인지가 단순 데이터로만 나타나니 내가 얼마나 보여줄게 없는 인간인지를 알게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자기위로하지말고 객관적으로 현재 난 딱 그정도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난 성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내가 재능있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면, show and prove 할 수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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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문제는 돈이었다. 박사과정 선택시 적어도 앞으로 6년간 고생길이 훤했다. 한 때는 박사학위라는것에 취해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곤 했지만, 사실 삶을 들여다보면 그것보다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도 꽤 많았다. 그리고 나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박사 자체를 받기 위해 대학원을 택한것도 아니였다. 난 논문을 통해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던거지 그걸 위한 수단이 박사든 뭐든,,, 박사는 그냥 just 일반적인 루트였을 뿐.

그래서 난 내 앞에 놓인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내 실력을 증명하고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마음먹었다.

즉,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툭 튀어나온 수단은 아니다. 수학자*과학자와 더불어 나는 기업가에 대한 열망도 매우 컸으며 대학 입학과 동시에 입학한 바로 그 날, 동아리 부스를 돌아다니며 창업 동아리에 가입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박사학위와 다르게 사업이란건 내 결핍과 열망의 더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음과 동시에 수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수단이다. 성공만 한다면.

뭐 지금 당장에 성공을 바라는것도, 어떤 결과를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지만 계단식으로 생각해본다면 일단 월 천만원을 버는 것이 목표이다.

여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공부를 그만 두기로 했다. 대학 다니며 나 만큼 공부를 좋아하고 공부에 진심인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발견하긴 했다) 나는 공부가 적성이라 생각했지만, 그와 관련된 field에서 계속 play 하는것은 어렵겠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