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각본

난 내가 꽤나 허점이 많은 인물이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완벽주의라고 보는 사람도 은근 있다.

 

그럴만한 이유로는, 나 자신은 허점이 많은걸 알기에 숨기고 싶어 외려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관찰자 입장에서는 내가 꽤나 허점이 없는 차가운 인상의 소유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즉, 어느정도 평범을 받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쉽진 않지만. 허점도 인정하고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면 나도 더욱 편해질 것 아닌가.

(그럴려면 이 블로그 부터 친구들한테 public 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섣불리 알려주진 못하고 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하나? 아님 그럴 필요는 없나?)

 

여튼, 난 이 완벽주의라는게 어디서 생겨났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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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이 글의 제목으로 그럴듯해 지었다.

 

저번 글 서두에 언급 했듯이 우리는 살아오면서 매체(드라마,영화,뉴스 등... 요즘엔 유튜브 이려나. 에전에 미국에서 영화 산업에 큰 돈을 붓는 이유가 있다고 들었다.)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매체속에 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성공한 인물들이고 그들로 인해 내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거기서 더 나아가 생각 해보니 그 성공하는 인물들 포함 매체 속의 내용들은 매우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이라는 것을 다시끔 깨닫게 되었다.

 

익숙해지는것만큼 무서운게 없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닌가. 뭐든 처음은 어렵지만 두번, 세번은 쉽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성인이될 때까지 각종 컨텐츠에 노출되어 살아온 환경을 통해(즉, 우리의 '문화' 라고 부른다.) 우리의 생활 습관과 사고 방식의 틀이 형성되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생기게 되며, 앞으로 살아갈 100년의 생활 양식을 당연스레 결정해버릴지 모른다.

 

난 이 과정이 굉장히 무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계속 내 생각이 맞는지 조차 비판적으로 판단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나라에 가서 다양한 생각을 접해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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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콘텐츠 들은 대부분 많은 이들이 시간과 노력들을 들여 각색한 결과물이다. 사실을 입힌 다큐멘터리나 자서전이라고 해도 100% 객관적일 수 없다. 더불어 객관적/주관적을 떠나 '간결하게' 정리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우여곡절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성공 신화가 매체를 통해 전달되면 자극적으로 변질된다. 갑자기 대단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거나, 엄청난 혁신을 했다거나, 누구도 세우지 못한 비전을 세우고 추진했다거나, 소위 말해 잘 팔리는 주제로 변질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 쳐도 우리가 익숙해지는 것은 결국 그런 '완벽함' 이다. 우여곡절이 드러나더라도 영웅 서사처럼 극적인 요소로 변질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완벽함은 사고의 뿌리중 하나가 되며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좌절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왜? 우리는 그렇게 깔끔하고 정갈하게 일을 잘 처리해내지 못하니까. 매번 잘 안되고 성과를 세우지 못하니까.

 

근데 평생 그게 당연하고 저기 환상 속에 존재하는 컨텐츠가 당연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꺠우치지 못하고 살게되면 평생 그런 좌절과 불안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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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는 그 곳에서 태어났다. 모든게 완벽하게 컨트롤된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우린 그것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그건 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뿐이다. 만약 누군가 완벽하게 보인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즉, 완벽함이 허구라는것을 깨닫게 된다면, 실패와 좌절이 default 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된다. 남과 비교할 필요도 더더욱 없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더욱 강하게 느끼는건 결국 My way 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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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갈 깨달으면 쉽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내 성격이 어쨌다거나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가령, 나는 원래 소심하고 말을 잘 하는 편은 아닌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게 중요하고,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을 기점으로 모임도 만들고 이끌어 가려고 노력중이다. 난 내가 싫어 하는 말 듣는게 싫고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데 최근 6개월 정도 형들과 풋살을 욕을 먹으며 하고있다. 중간에 때려 치고도 싶은데, 풋살을 하기 위해 풋살을 하는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내 모습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못해서 욕을 먹어도, 그냥 못하는 모습을 인정하고 신경안쓰고 쿨해지려고 노력중이다.

 

몇일 전 친구랑 대화를 했다. 친구는 나이적 압박도 있고 빨리 사회에 나가 돈을 벌고 싶다는 조급함때문에 빨리 졸업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내가 인생을 길게 본다면 그런 조급함은 없어도 되는 것이라고 하니 친구는 그건 알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성격이라고 했다.

 

성격... 성격은 정말 내 것일까? 모든 것은 유전자가 정한다고 했다. 내 생각 내 행동도 사실은 뇌의 신호에 불과하다. 그럼 뇌 신호는 내 것일까 유전자 것인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건, 나는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할 수 있다. 성격은 우리의 완벽주의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익숙해진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용기'를 내자.

 

(쓰고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 친구의 대답은 친구가 변할 수 없다기 보단, 본인에게 이익을 바탕으로 본인이 선택한 것이라 생각한다. 성격이란건 정해져있는, 수동적으로 타고난게 아니라 본인이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